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톨게이트를 세웠다, 배 한 척에 30억
요즘 국제 뉴스를 보면 머리가 아플 지경인데, 이번에는 이란이 또 한 건 터뜨렸다.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한테 통행료를 받겠다는 거다. 그것도 한 척당 2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0억 원이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도 아니고 바닷길에 통행료라니, 처음 들었을 때는 농담인 줄 알았다.
호르무즈 해협이 어디냐면, 페르시아만에서 인도양으로 나가는 좁은 바닷길이다. 전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퍼센트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중동에서 생산된 석유가 아시아와 유럽으로 가려면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이라 에너지 시장에서는 생명줄 같은 존재다. 그런데 이란이 이 길목을 틀어쥐고 돈을 내라고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구체적인 방식은 이렇다. 이란은 케심섬과 라라크섬 사이 해역을 통과하는 루트를 열어주면서, 이 경로를 이용하려면 이란 혁명수비대가 승인한 중개인에게 화물 내역이랑 선원 명단, 목적지까지 전부 제출해야 한다. 승인이 나면 고유 코드를 받고, 혁명수비대 함정의 호위를 받으며 통과하는 시스템이다. 업계에서는 이걸 테헤란 톨게이트라고 부르고 있다.
실제로 이미 최소 두 척의 선박이 이 루트를 이용하면서 통행료를 냈다고 한다. 결제는 중국 위안화로 이루어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달러가 아니라 위안화라는 점에서 미국 제재를 피하려는 의도가 읽히기도 한다.
이란 의회는 현재 이 통행료를 법적으로 공식화하는 법안을 다듬고 있으며, 다음 주쯤 최종안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이란 매체들은 이 통행료가 시행되면 연간 수입이 최대 1000억 달러, 한화로 약 150조 원에 달할 수 있다고 흥분하는 분위기다.
솔직히 이게 국제법적으로 말이 되는 건가 싶다. 호르무즈 해협은 국제 해상 교통로인데 한 나라가 마음대로 통행료를 걷겠다니.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란이 군사력을 동원해서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다 보니, 지금 당장 막을 수 있는 나라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게 꽤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약 70퍼센트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어온다. 선박마다 30억씩 통행료가 붙으면 정유사, 화학업체, 해운사가 직격탄을 맞게 되고, 결국 그 비용은 소비자 물가에 고스란히 전가된다. 기름값이 오르면 택시비, 물류비, 난방비까지 줄줄이 올라가는 건 다들 경험해봐서 잘 알 거다.
앞으로 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종전 협상에서 이 통행료가 하나의 협상 카드로 쓰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확실한 건 국제 에너지 시장이 또 한번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이고, 우리 같은 자원 수입국은 그 파도를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다. 기름값 걱정 없는 날이 올 수 있을까. 솔직히 좀 비관적이다.